[경향신문 서평]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최종 수정일: 2019년 1월 21일

어느 할머니가 말했다. “조심조심 살아야 해. 삶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거란다.” 그때 할머니의 표정이 어떠했던가. 어쩐지 나는 점점 불안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조심히 살아도 피할 수 없는 무수한 우연 중 무엇인가가, 내 삶의 아주 중요한 걸 아무렇지도 않게 부수고 가버릴까봐 두렵다. 내가 엉망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다. 상실을 조금만 아는 채로 노인이 될 수는 없을까.
상실을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 이 소설에 있다. 그들은 사랑한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소중한 이를 갑자기 잃었다. 이어지는 생을 무너지는 마음으로 산다. 힘이 남아 있으면 더 괴로워서 각자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지친다.
주인공인 아홉 살 오스카가 지치는 방식은 탐험과 재구성이다. 집을 나서서 자료를 수집하고 사람들을 조사하며 아빠가 속했던 우주의 일부를 필사적으로 복원한다. 발명과도 같은 복원이다. 1945년의 드레스덴과 2001년의 뉴욕을 통과하며 크게 다친 삶들. 오스카와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에 얼마나 크고 깊고 어두운 구멍이 생겼는지 본다. 그들은 이제 사랑에 대해 너무 잘 말하거나 아무 말도 못한다.
이렇게 마음 아픈 이야기를 왜 여러 번 다시 읽나. 자꾸 들여다보고 싶은 슬픔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아름답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스카의 할머니는 손자에게 아주 많은 편지를 쓴다. 그 편지들을 읽을 때면 나는 언제나 울게 된다. 언젠가 내가 그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쓰게 된다면 분명 몹시 오래 슬프고 난 뒤일 것이다. 슬퍼도 관둬지지 않는 사랑을 품은 채 노인이 된 다음일 것이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서 “사랑해”로 끝나는 긴 이야기를 거꾸로 다시 들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2018.12.23. 경향신문 2면)
글 :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