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서평] 사생활의 천재들 - 정혜윤
최종 수정일: 2019년 2월 4일

천재가 되어야 한다면 나는 ‘다시’의 천재가 되고 싶다. 정혜윤 작가가 쓴 문장들 때문이다. 무의미와 허무와 자포자기에 빠지기 쉬운 우리에게 신이 준 은총이 하나 있다며 그는 이렇게 적었다.
“그건 바로 ‘사랑을 알아보는 힘’이야. 우리의 멋진 친구 심보선이라면 사랑을 ‘다시 알아봄’이라고 표현할 것 같아. 우리가 미래를 사랑하기 시작했단 것은 뭔가를, 특히 사랑할 만한 것을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말과도 같아.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포함해서. 무릇 다시 시작하려는 자는 자기 자신도 다시 알아볼 수 있어야만 해.”
이어서 그는 ‘다시’라는 말이 아름답지 않냐고 물었다. 아름다움의 역사에 가장 먼저 포함시킬 만한 단어라고 쓰기도 했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시큰둥해지거나 건방져질 때면 정혜윤 작가가 쓴 것을 읽는다. 그럼 금세 염치가 생긴다. 이렇게 게으를 때가 아니라고, 이젠 나의 외로움에서 벗어날 시간이 되었다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읽을 시간이 되었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쓰기 싫은데 써야만 할 때도 정혜윤 작가를 기억한다. 명랑하고 유연하고 강한 그의 문장들을 떠올린다. 내 문장과 다르지만 언제나 내 맘속에 있다. 그가 어떤 타인을 소개하는 방식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렵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영롱한 필터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과시킨다.
그의 인터뷰들을 읽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건넬 질문들을 준비한다. 더 많은 이들과 따뜻하게 연결되고 싶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일간 이슬아’ 연재에서 인터뷰 코너를 추가한다. 인터뷰어로서의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훈련할 텐데 그때마다 이 책을 생각하며 몇 번이고 다시 해볼 것이다. (2018.12.24 경향신문)
글 :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