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서평] 백 년의 고독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이토록 강렬한 집의 서사
내가 쓰는 가족 이야기의 장르를 굳이 분류하자면 시트콤에 가깝다. 같은 공간에 같은 사람들이 출연한다. 비범하고도 평범한 그들이 날마다 달라지는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며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시추에이션 코미디다. 자주 웃기고 가끔 찡하다. 하지만 집이라는 공간에는 시트콤적으로 이야기화할 수 없는 순간도 많다. 어느 가족에게나 크고 작은 그림자가 있다. 대가족 안에서 자란 나는 몇 대를 아우르는 불행과 고독 또한 보았다. 그런 건 이야기로 만들 엄두가 안 나서 아직 쓰지 못했다. 기구한 일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모르는 것이다.
<백년의 고독>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린다. 무지막지하게 기구하고 강렬하고 야하고 딱해서다. 별사람들이 다 나오고 별일이 다 생긴다. 모두 마콘도라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마을은 주민들이 대를 이으며, 그리고 근대화를 거치며 도시로 팽창해가는데, 이야기가 미친 듯이 휘몰아치다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는 결국 고독하다. 그야말로 백년 동안이나 고독하다. 대대손손 이어지는 이 기구한 고독에는 기시감이 든다. 가족과 이웃과 자손들이 자꾸만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백년의 고독>의 원래 제목은 <집>이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커다란 집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 집에는 흙을 먹는 여동생과 예지 능력이 있는 할머니, 그리고 절대로 행복과 광기를 구분 짓지 않던 똑같은 이름의 수많은 친척들이 있었다고 한다. 생전 처음 얼음이라는 걸 손으로 만져보고는 펄펄 끓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던 아이도 그곳에 있었을 터이다. 인물과 시간을 다루는 그의 솜씨에 매번 놀라며 나는 이 책을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2018.12.25)
글 :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